리옹에 온지 한달 여가 지나고 떠날 때가 되어 마지막으로
그동안 머물렀던 곳을 사진으로 남기기로 했어요.
집앞 골목과 자주 가던 마르쉐(시장)도 너무 그리울 거 같았거든요.
랜선집들이인가요?
오늘은 그중에 몇가지만 공유할게요.
제가 머물렀던 곳은 리옹의 작은 아파트 였는데 그동안 유럽에
6개월 가까이 있으면서 지낸 집들중에는 가장 예쁘고 아기자기한 주인장의
센스가 엿보이는 소품도 많은 그런 집이었어요.
주인은 아버지가 렌트해준 아파트에 혼자살기는 넓어 외국인 친구들에게
쉐어하우스 그러니까 룸쉐어를 하고 렌트비를 벌고 있어요.
그림을 배우는 학생이라고 했고 딱히 일은 하지 않는 거 같았어요 ㅎㅎ
현관을 들어오면 거실이에요.한국에서도 이런 느낌은 얼마든지 낼 수 있죠.
거실이 있고 방이 3개 있고 키친은 따로 현관 오른편에 있어요. 발코니도 있습니다.
그림들 센스있지 않나요? 작은 화분도 쿠션들 놓여진 거 보세요.
저기 보이는 하얀 문이 주인 아가씨의 방이에요.ㅎㅎ방은 공개할 수가 없네요.
키친입니다. 이 집은 정말 좋은 점이 현관을 가운데 두고
양옆으로 채광이 확보된다는 거 였어요.
그러니까 현관 오른편에 키친이 있어서 장봐서 들어오면 바로 식재료를
손질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여기 오른편에 커다란 창문이 있거든요.
창문을 활짝 열고 무슨 요리를 할까 생각하면서 커피 한잔 내리구요.
의자를 틀고 창쪽으로 걸터앉으면 시 한 구절,
스케치 한장 그려지는 그런 낭만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마르쉐에서 시장을 보고 싱싱한 재료들로 사다가 자주 집밥을 해 먹었어요.
아시다시피 저는 빵순이잖아여. 또 프랑스는 미치게 빵이 맛있고 싼 나라죠.
그래도 메구미와 저는 쌀이 주식인 나라에서 와서인지 일본 쌀을 사다가
하루에 한번은 냄비밥을 해먹었습니다.
유럽에서는 한국쌀 맛있는거 구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아요.
보통은 마트에 가면 이탈리안이 먹는 리조또용 쌀이 있는데 정말 맛이 없거든요.
아시안 푸드 마켓에 가면 베트남이나 타이 쌀 있잖아요.
불면 날아갈 거 같은 그런 쌀은 쉽게 볼 순 있는데 아무튼 유럽에서
젤 맛있고 비싼 쌀은 일본쌀입니다. ㅎㅎ
저도 일본에서 오래 살아서인지 입에 맞고해서 주로 일본쌀 사다 먹곤 했어요.
키친에 들어오자마자 오른편에 자주 사용하는 식재료를 두는 수납공간이 있어요.
일회용컵, 와인은 늘 상비해두는 편이에요.주인아가씨는
갑자기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자주 하더라구요.
파티에는 오븐 요리를 한가지, 샐러드 두어종류, 디저트로 케익도 꼭 만들어요.
여기서도 저는 베이킹을 자주 했었네요.ㅎㅎ
우리도 날짜가 겹치지 않도록 하면서 자주 파티를 했습니다.
프랑스 식문화는 아시다시피 와인이 빠질 수 없잖아요.
맛있는 프랑스산 와인은 프랑스 국내에서 다 소비가 되어 우리에게까지
오지않는다는 걸 이때 알았습니다.
물론 고가의 와인은 구하려면 얼마든지 있지만요.
수퍼에 가서 살 수 있는 10유로를 넘지 않는 와인 중에도 맛있고
훌륭한 것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한국은 와인 가격에 거품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어요.
물론 좋은 와인에는 그만큼 가치를 지불해야 하겠지만요.
정말 와인 원없이 마신거 같아요. ㅎㅎ
그래서인지 지금 와인은 그때처럼 즐기지는 않아요.
또 프랑스요리 먹으러 가실때 생각나는 거 뭐 있으세요?
프렌치 레스토랑에 가셔서 코스요리 주문하시면 두 시간 넘게 음식들이
아주 조금씩 천천히 느릿느릿 애태우며 나오더라 그런 경험 있으실거에요.
프랑스 음식이 손이 많이 가서라기보다는
이것도 프랑스인의 식문화에서 비롯된거더라구요.
우리는 음식이 식으면 안되고 한 상 떡 벌어지게 차려야 손님대접하는 기분이 들잖아요.
근데 프랑스인들은 함께 먹고 마시는 그 시간 자체를 즐기더라구요.
음식이 좀 타거나 덜 익은 정도는 아무도 개의치 않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여러가지 와인을 수없이 개봉하고 마시면서
그 와인에 맞는 음식을 먹고 이 와인의 역사는 말이야 하면서 아는척도 하고
웃고 떠들면서 자리를 옮기지 않고 계속 한 자리에서 엉덩이에
딱지가 생기도록 길고 긴 수다를 떱니다.
이게 프랑스인의 식문화에요.
레스토랑에 가도 선술집에 가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집니다.
우리처럼 1차,2차,3차,4차 음식점 두어개, 술집,
노래방과 같이 하루저녁에 네 다섯개의 음식점들을
옮겨다니는 일을 그들은 하지 않더라구요.
저 또한 이런 문화가 너무 좋아서 나중에 나이들면
프랑스 남부 작은 시골마을에 와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빵도 매일 굽고 입에 맞는 와인도 많이 쟁여놓고
좋아하는 친구들 불러서 오븐에 넣어둔 음식이 새카맣게 탄 줄도 모르고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면서 와인을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살아야지 했던 때가 오늘 너무 그립네요.
현관을 나가기전 오른편에는 캔들이 놓여져 있는데요.캔들라이트는
원래 한국 있을때부터 무척 좋아라 했는데요. 저녁식사에 누군가
초대한 날이면 캔들을 켜 놓고 기다립니다.
여러사람이 공동생활을 하다보니 취향에 맞는 향을 놓고 켜고 끄고 했던거 같아요.
현관을 열고 밖으로 나가봅니다. 리옹에서 마지막 날 이거든요.
공항까지는 메트로를 타고 이동할 수 있고 가는 방법도 쉬워서 혼자 가기로 했습니다.
메구미가 근처까지 함께 와 주었어요.
둘이서 마지막으로 차 한잔 하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습니다.
한 달은 너무 짧고 시간은 금새 지나갔어요.
리옹은 파리와는 달리 소매치기 걱정이 전혀 없습니다.
파리 메트로는 정말 공포영화 찍는 것처럼 집시와 소매치기를 늘 경계해야 했는데
리옹은 안전하고 깨끗했습니다.
생떽쥐베리 공항에 도착했어요. 면세점도 작고 아담했어요.
여기서 저는 롱샴 가방을 하나 득템했고 샤넬 립스틱과 향수를 샀어요.
기내에서 먹을 초콜릿과 마카롱도 샀구요.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치열하게 살아야하는데
그동안 충전으로 몇 년은 버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복잡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6년이 지났네요.
저는 생각보다 잘 살고 있습니다.
지난 리옹에서 이야기는 아래 포스팅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sooj1yi-easy.tistory.com/m/46
https://sooj1yi-easy.tistory.com/m/25
LG그룹에서 정기공채를 폐지하고 신입사원도
연중 상시채용으로 전환한다는 기사를 보았는데요.
청년층의 실업난과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질거 같아요. 정말 걱정입니다.
코로나 이후 주거형태의 변화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어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재택근무를 상시 허용하는 기업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편안하면서도 동시에 업무에 최적화되는 변화가 시작되어야 할 거 같아요.
또 코로나 이후 여행의 변화는 어떨까요?
제가 즐겨 이용했던 에어 비앤비나 호스텔 월드
그리고 저가항공들은 어떤 변화를 하고 있을까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엔 더 좋은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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